삼촌 vs 조카 경영권 둘러싸고 혈투…68년 전통 제약기업 내전으로 휘청
임시 주총 앞두고 법정관리 신청…정관 변경·경영진 교체 놓고 공방 치열

브랜드리팩토링 지분 인수…경영권 분쟁 ‘점화’
지난 4월 21일, 동성제약의 2대 주주였던 이 회장이 보유지분 약 14%를 브랜드리팩토링에 전격 매각했다. 브랜드리팩토링은 설립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비상장 마케팅 기업이다.
이 회장은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故) 이선균 회장의 아들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동성제약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었으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조카인 나원균 대표에게 자리를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이 회장의 브랜드리팩토링 지분 매각은 최대주주인 나원균 대표의 동의 없이 진행된 돌발행동이었다. 사실상 조카의 경영 성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계약에는 이사회 확장(이사 수 4인→8인)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경영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가 포함돼 있었다.
동성제약의 지분은 삼촌(이양구 회장 측)이 약 15.62%, 조카(나원균 대표 측 및 우호세력)가 약 12.77%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동성제약은 단순한 지배구조 변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게 됐다. 브랜드리팩토링 측이 남은 지분까지 넘겨받을 경우 최대주주로서 지분율의 14.12%에 달하게 된다.
이 회장은 브랜드리팩토링 측과 손잡고 경영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제출하고, 현 경영진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을 핵심 안건으로 삼고 있다.
법정관리와 주총…엇갈린 셈법
그러나 나원균 대표 측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5월 7일, 동성제약은 갑작스럽게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임시 주총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임시 주총 소집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사실상 ‘시간 끌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 신청은 외부세력의 지배권 장악을 막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분경쟁에서 밀리자 시간을 벌며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양측의 힘겨루기 속에서도 임시 주총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브랜드리팩토링과 이양구 회장 측은 주총을 6월 9일 이전에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약 당시 명시된 ‘계약일로부터 50일 이내 주총 개최’ 조항 때문이다.
이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이사 수 8인 확대), ▲브랜드리팩토링 측 인사 등 신규 이사·감사 선임, ▲현 경영진 교체 안건이 상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이양구 회장 측은 나 대표 측이 신주를 발행해 지분율을 늘리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신주 상장 금지 가처분도 제기한 상태다.
삼촌과 조카의 ‘혈투’…투자자는 혼란
동성제약의 지분은 삼촌(이양구 회장 측)이 약 15.62%, 조카(나원균 대표 측 및 우호세력)가 약 12.77%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지는 가운데, 동성제약의 경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현재 가장 큰 변수는 향후 50일 이내 열릴 ‘임시 주주총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경영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시중은행과 사모펀드를 포함해 3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나 대표 측은 모친, 자사주, 교환사채 등을 포함해 12.77% 수준의 지분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다.
누가 이기든 간에, 동성제약의 장기 비전과 내부 결속에는 큰 금이 가버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분 다툼이 아닌, 구시대적 오너 리스크가 만든 구조적 한계의 표출이라고 진단한다. 재벌가 2·3세 간 ‘가족 경영’의 폐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기업의 존속성과 투자자의 신뢰는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동성제약의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내부 갈등 이상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70년 전통의 제약기업이 과연 내홍을 딛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 갈등이 기업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혜연 기자
ciel@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