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작품 속 적혈구 모양을 의학적 맥락에서 보면 ABO혈핵형의 존재를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 1868~1943)가 쓴 논문이 1901년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Wien Klin Wochenschr)에 발표된다.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밀 주커칸들(Emil Zuckerkandl)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에 포함돼 있어, 클림트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에 따라 예술인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했고, 클림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클림트의 서재에서 당시 독일권에서 많이 보급됐던 백과사전(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이 있음을 확인해, 백과사전에 있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세포의 칼라 그림을 클림트가 참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키스’의 가슴 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랫부분을 보면 여자의 팔이 굽혀져 있는데, 그 윤곽을 보면 심장을 닮았다. 즉, 해당 위치는 심장에 위치한 혈구세포를 그린 것으로 심장의 박동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 그 속에 막 잉태된 생명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그림 전체가 강렬한 에너지를 갖게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여자의 무릎에 그려진 혈구세포는 생리혈로 보인다. 생리혈은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대임을 표현한다. 즉, 클림트는 인간 발생의 필요조건으로 생리의 의미를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JAMA(미국의학협회지)에 클림트의 ‘키스’에서 인간 발생의 3일간 이야기를 통섭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그린 문양과 상징을 의학 문헌과 비교 분석하여, ‘키스’ 속 남성과 여성의 옷에서 정자와 난자, 수정 과정 등을 나타낸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속 적혈구 세포의 의학적-예술적 분석(Medico-Artistic Analysis of Red Blood Cells in Gustav Klimt’s ‘The Kiss’)’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s)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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