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치료 도입 늦고, 임상시험 기회제안, 신약의 허가와 급여도입에 대한 제도적 개선 필요... 미국의 캔서 캐비넷 등과 같은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
대한암학회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암질환에 대한 연구동향 및 향후 암연구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3’발간 기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암 진단 및 치료원칙, 암종별 역학통계, 국내 암 분야 기초연구 동향 및 임상시험 현황, 미래 암 진단 및 치료기술과 관련 시장 분석까지 각 분야별 암연구동향이 광범위하게 총망라됐다.
보고서는 진료국립암센터의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이 지원하고 대한암학회에서 발간했다. 서울대 의대김태용 교수가 발간위원장을 맡았으며, 20여명의 국내 암 연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간위원회에서 ▲공중보건연구 ▲기초연구 ▲임상연구 ▲응용개발연구 등 총 4개 분야의 국내외 암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발간위원장 김태용 교수는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국내 암 질환 발생자 수는 계속 늘어나 2020년 기준 전체 암 신규 환자는 247,952명으로, 2000년 대비 144,896명 증가했다”며,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암 경험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2,276,792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하고 있어, 암 치료와 함께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정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암 환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1년 대비 2021년 암 사망률은 37.4%p 감소했으며, 암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6년 70.7%로 비약적 향상을 보였다.
암 임상시험에서의 국내 성적은 높은 편이다. 국내외 암 임상시험 현황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이후 미국,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글로벌 8위의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 위암, 간암 임상시험은 전세계 3위를, 폐암, 유방암은 세계 10위권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글로벌 암 관련 시장은 전체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의 약 10~18%를 차지하며 2025년 3,2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암 관련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의 규모는 2018년 11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2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암 치료제의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은 규제기관의 승인이 중요한데, 김태용 교수는 “항암제의 국내 승인은 미국 대비 평균 3~4년 정도 늦고, 급여까지는 추가적으로 1~2년이 소요되어, 실제 국민에게 사용되기 까지는 통상 4~6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국내 환자들에게 글로벌 표준치료가 늦게 도입되는 것은 물론 임상시험의 기회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신약의 허가와 급여도입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대한암학회 김태유 이사장은 “기존 국가암등록사업 보고서는 암환자의 현황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암 연구 현황 파악은 어려웠으나, 이번 보고서가 국내의 암 연구, 진료, 정책수립의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보고서의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한 개정안을 발표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대한암학회는 암 관련 연구 제안이나 정책 수립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한암학회 오승택 회장(가톨릭의대 교수)은 “국내의 경우 2020년 25만명이 새로 암에 걸리고, 8만명이 암으로 사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생명과 건강, 일상의 행복을 잃고 있다”며, “대한암학회는 1974년 창립 이래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포함하는 국내 최대의 다학제 암연구단체로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암 기초 및 임상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암연구자들에게는 발전적인 암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암 관련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정책적 제언을 전하기를 바란다”고 보고서 발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 암임상시험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국립암센터 연구소 김영우 소장은 “국립보건원(NIH)이 독자적인 예산을 운영하며 암 관련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국내의 암 임상시험의 정부지원 결정 단계가 복잡해, 임상시험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 4월 윤석렬 대통령이 미국과 암치료 협력 MOU를 맺고 미국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2.0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전기 삼아, 미국의 대통령 직속 암 테스크포트인 ‘캔서 캐비넷(Cancer Cabine)’등을 비롯한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암연구동향 보고서’는 앞으로 매년 혹은 격년으로 지속적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