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라벨’ 승소로 10조 시장 뚫었다”…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 미국 PBM과 본격 유통…M&A 강화로 의료·바이오 ‘투트랙’ 공세
삼성바이오에피스, '피즈치바' 앞세워 PBM 시장 진출… 삼성전자 M&A 재개와 맞물려 그룹 차원 바이오·의료기기 사업 확장 본격화

미국 PBM 시장 정조준, '프라이빗 라벨' 전략 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J&J)이 제기한 '프라이빗 라벨 제품' 관련 가처분 소송에서 최근 승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를 미국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프라이빗 라벨'은 PBM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수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산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PBM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CVS 케어마크,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옵텀알엑스 등 '3대 PBM' 모두 자체 브랜드 계열사를 운영하며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왔으며, 이번 법원의 유리한 판단을 통해 '피즈치바'의 프라이빗 라벨 제품 판매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 확대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피즈치바'는 유럽에서 지난해 4월 허가를 획득하고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부터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피즈치바'가 미국 PBM 시장의 선두 기업들을 통해 프라이빗 라벨 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약 10조 원 규모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트너십+프라이빗 라벨' 투트랙 전략으로 미국 시장 공략
스텔라라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15조 원을 기록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특히 미국 시장에서만 10조 원의 매출을 올린 핵심 시장이다. 이미 암젠, 셀트리온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 제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장에서, 삼성은 '파트너십'과 '프라이빗 라벨'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사 산도즈와의 공동 판매 계약을 통해 기존 유통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PBM과의 직접적인 협력을 통한 프라이빗 라벨 제품 출시로 시장을 다각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프라이빗 라벨 제품 출시 허용에 대해 "단순한 승소가 아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시장 진출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하며, "피즈치바의 조기 시장 안착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M&A,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집중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발판 마련은 그룹 전체의 바이오·의료기기 사업 확장 전략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8년 만에 하만의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며 M&A 재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다음 M&A 타깃으로 AI, 전장과 함께 바이오·의료기기 분야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신사업 발굴'을 목표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창립 멤버이자 바이오 사업 초기 기획을 주도했던 고한승 사장을 초대 단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사업 간의 전략적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의료·바이오 분야를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번 미국 시장 진출 성공과 향후 삼성전자 주도의 관련 M&A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의 중요한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프라이빗 라벨 시장 진입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이는 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핵심 주체인 PBM과의 직접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미국 시장에서, 삼성은 이제 단순한 후발 주자가 아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은 2000년 바이오 제약 사업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2011년과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했다. 바이오 산업의 불모지에서 열정과 혁신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삼성그룹의 양대 바이오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그룹 차원의 M&A 확대와 미래 사업 재편이 맞물리면서, 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전반에서 삼성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 승부수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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