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와 고양이의 고환은 태어나자마자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생후 3일 정도는 배 안에 있다가 성장하면서 사타구니 쪽 서혜관을 통해 내려와 음낭에 자리를 잡는다. 대략 생후 4개월 정도가 되면 정상적인 위치로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서도 보이지 않는다면 잠복고환으로 볼 수 있다. 성장속도에 따라 시기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자리를 잡지 않는다면 자연적으로 고환이 내려올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잠복고환은 고양이보다는 개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견에서 발생률이 높다.
잠복고환은 피하잠복고환과 복강잠복고환으로 분류된다. 피하잠복고환은 고환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피부 밑에 자리를 잡은 상태로 손으로 만져지거나 볼록하게 육안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복강잠복고환은 복강 안에서 아예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피하보다 깊이 자리하고 있어 초음파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하며, 피부만 절개해 고환을 제거하면 되는 피하잠복고환과 달리 개복수술로 복강 내 고환을 제거해야만 한다. 물론 호르몬 근육주사치료나 고환고정술을 시행할 수도 있지만 그다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또한 잠복고환은 유전으로 나타나므로 2세를 가지는 것 또한 추천하지 않으며 양측 잠복고환의 경우에는 불임일 가능성도 높다.
잠복고환을 단순한 형태의 문제나 생식기능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환암 발병율이 정상고환에 비해 13배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어 반드시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중성화 케이스라 봐야 할 것이다. 고환암뿐 아니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종양, 항문선종 등 다양한 생식기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고환이 꼬이는 고환 염전이 나타나면 혈액공급 문제로 인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매년 2월 마지막 주 화요일은 ‘세계 중성화의 날’이다. 동물 중성화 수술을 장려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날이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중성화는 중요하다. 사람의 기준에 의해 동물 중성화를 바라보면 안 된다. 생식에 대한 동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준은 온전히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로 인해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고통받는 아이들이나 버려지는 아이들의 악순환을 생각해보자. 비단 잠복고환 케이스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건강과 올바른 행복을 위해 중성화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본동물병원이영백원장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