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탓에 이들은 갖은 속병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하루 세끼,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 그리고 식사시간만이라도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이들에게 가장 흔히 발병하는 질환 중 하나다.
역류성 식도염은 이름대로 위의 내용물과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음식물을 위(胃)로 이동시키는 식도와 음식물을 소화해야 하는 위는 서로 산도가 달라 두 기관의 경계 부위에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몸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을 하부식도괄약근이라고 하는데, 어떠한 이유로 하부식도괄약근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될 경우 위에서 소화되고 있던 음식물과 산도 높은 위산이 역류하게 되어 식도 곳곳을 손상하는 것이 역류성 식도염인 것이다.
하부식도괄약근을 고장 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잦은 음주와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들이 될 수 있다. 식사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배가 고플 때마다 빵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한 끼를 대충 때우고, 그마저도 바쁘게 일하면서 허겁지겁 먹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늦게 찾아온 허기에 잠들기 전 야식으로 배달음식이나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식품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화기를 괴롭히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우리가 흔히 겪는 소화불량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만성기침이나 불면증, 식도염을 동반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사 후 속이 불편하고 쓰린 증상 이외에 가슴 쓰림, 답답함,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 목 쓰림, 목소리 변화 등이 함께 느껴질 경우 소화불량이 아닌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우선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해보고, 이 단계에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식도 산도 검사를 시행해볼 수 있다. 식도 산도 검사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였는지를 검사하는 것인데, 식도 하부에 작은 기계를 삽입하여 24시간 동안 식도 내부의 산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으로 판정될 경우 위산 분비 억제제를 처방하며, 식도 협착이나 바렛 식도와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두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며, 식후 2~3시간 이내에는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 기름진 음식, 과식, 초콜릿, 커피 등은 피하는 것이 좋고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줄이도록 운동과 식단조절을 병행해야 한다.
천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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