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R서 전 세계 관심집중…STING·p53 기반 면역항암제부터 차세대 표적치료제까지…R&D 전방위 확장, 암 치료 패러다임 흔든 승부수

이번 학회에서 한미약품은 7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11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다 발표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했다. 단순히 발표 건수가 아니라, 내용의 깊이와 다양성 측면에서도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 돋보였다.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건 ‘STING mRNA 항암제’다. STING(Stimulator of IFN Genes)은 우리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핵심 경로다. 그러나 기존 STING 작용제는 대사적 불안정성과 세포 내 전달 효율 저하 등으로 실제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여기에 mRNA 플랫폼을 적용, 세포 내에서 직접 STING 단백질을 발현시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일종의 ‘면역계 리부트’ 전략이다.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 단독 투여만으로도 종양 억제 효과가 입증됐고, 다양한 병용 가능성까지 제시돼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또 다른 mRNA 기반 항암 후보물질로는 ‘p53 mRNA 항암제’가 있다. p53은 암세포를 자멸로 유도하는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지만, 실제로는 많은 암세포에서 그 기능이 망가져 있다. 한미는 p53 단백질을 mRNA로 전달해 세포 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암세포를 제거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난소암과 폐암 동물 모델에서 항암 효과가 확인됐으며, 화학요법제인 아브락산과의 병용으로 시너지 효과까지 입증돼 향후 임상 진입이 주목된다.
한미약품의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이 주도하는 이중항체 기반 신약 BH3120도 두 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로 발표됐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간독성 리스크 평가 및 유전자 수준에서의 면역 환경 변화 분석 등 정밀한 병렬 연구가 함께 수행되고 있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mRNA 플랫폼 외에도 기존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도 강력하게 진군 중이다.
EZH1/2 이중저해제(HM97662)*는 고형암 및 소세포폐암 동물 모델에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월등한 효과를 보이며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ER2 저해제(HM100714)는 뇌 전이 모델에서 생존율을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강점으로, 엔허투 저항성 모델에서도 효과를 나타냈다. MAT2A 저해제(HM100760)는 PRMT5 억제제와의 병용에서 뛰어난 항종양 활성을 보였으며, SOS1 저해제(HM101207)는 KRAS 변이를 표적하면서 기존 치료제의 내성 문제까지 보완하는 차세대 신약으로 소개됐다.
한미약품의 이번 발표는 단순히 신약 후보물질을 많이 발표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이중항체, 그리고 mRNA 기반까지, 암 치료의 거의 모든 주요 모달리티를 포괄하는 R&D 전략을 전방위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AACR 발표는 항암 파이프라인의 창조적 미래 가치를 세계 무대에 선보인 자리였다”며, “5월 유럽내분비학회(ESE),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각각 희귀질환과 비만대사 분야에서도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R&D 중심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계속 다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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