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세븐브로이와 대기업 대한제분 상생과 성공 뒤에 얽힌 ‘협업’과 ‘갈등’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왼쪽)와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왼쪽)와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
“처음엔 상생이었다. 그러나 끝은 갈등이었다.”

수제맥주 브랜드 세븐브로이의 김강삼 대표는 과거 협업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2019년, 곰표 밀맥주는 유쾌한 레트로 디자인과 부드러운 풍미로 등장과 동시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출시 3년 만에 누적 6000만 캔이 팔리는 ‘국민 수제맥주’로 성장하며 주류 업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이 성공 이면에 ‘기술 분쟁’과 ‘계약 갈등’이라는 복잡한 논란이 얽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곰표 밀맥주의 탄생 배경

곰표 밀맥주는 곰표 밀가루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의 제품처럼 보였지만, 실제 기획·개발·제조는 중소기업 세븐브로이가 담당했다. 2019년, 두 회사는 상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협업을 시작했다. 제품 개발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됐으며, 세븐브로이는 당시 “세종 효모”라는 독자적 발효 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곰표 밀맥주의 상표는 대한제분의 것이었지만, 제조와 생산은 세븐브로이가 담당한 구조였다. 이 같은 협업은 업계에서 ‘브랜드 협력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1년, 계약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대한제분은 수출용 맥주 생산을 세븐브로이에 맡기기로 하면서 단순 상표 라이선스에서 하도급 관계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후 세븐브로이는 거래 과정에서 일부 기술 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요구 항목에는 맥주 성분, 시험성적표, 레시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븐브로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제분은 이에 대해 “수출을 위한 자료 요청이었고,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제주맥주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선보였다. 그러나 신제품이 이전 제품과 효모 종류, 색, 풍미 등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특히 세븐브로이가 자체 개발했다고 밝힌 세종 효모가 유사하게 적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정감사 도마 오른 ‘기술 분쟁
이 사안은 2024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며 “공정거래조정원 조정 과정의 성실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험성적표와 성분분석표 요구가 부당한지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세븐브로이가 생산한 약 50억 원어치 맥주가 폐기된 경위 역시 확인이 필요하다”며 대한제분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대한제분은 “계약 조건에 따른 조치였으며, 모든 과정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계약 해지 이상의 함의를 던진다. 독창적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브랜드·자본을 가진 대기업 간 협업이 어떻게 불균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술 협업의 성과가 명확히 인정받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지식재산권 보호 및 하도급 관계 내 공정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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