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용에 피로·무감각해 지는 감정
우울·불안·수면 장애·낮은 자존감 문제까지 이어져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감정 과잉 공유와 SNS 사용 시간 증가가 불안장애, 우울감,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감정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감정을 소진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NS 속 감정의 실시간 노출이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경고한다. 감정 표현은 필요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상시 노출되는 구조는 분명 문제다.

◇ 공감 피로와 감정 번아웃
SNS를 켜는 순간 수많은 사람의 감정이 피드에 떠오른다. 기쁨뿐 아니라 분노, 억울함, 슬픔 같은 감정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러한 감정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쉽게 피로해진다.
이를 ‘공감 피로’ 또는 ‘감정 번아웃’이라 설명한다. 타인의 감정에 과도하게 공감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에너지가 소진되고 결국에는 감정을 회피하거나 무감각해지는 상태로 이어진다. 실제로 감정 과부하가 만성화되면 수면장애와 불안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 직군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SNS 사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
◇ 비교에서 비롯된 자기불안
감정 공유는 자기 표현의 한 방식이지만 SNS 환경에서는 타인의 감정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행복을, 누군가는 고통을 표현하며, 사용자는 이를 지켜보며 자신의 감정을 상대화하게 된다.
미국 공중보건총감 비벡 머시는 2023년 보고서에서,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을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SNS상의 감정 표현에 취약하다. SNS 상에서 타인과의 비교 하게 되고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 감정의 진정성 상실과 중독 위험
SNS에서는 감정도 콘텐츠가 된다. 좋아요나 반응을 얻기 위한 감정 표현은 과장되기 쉽고 반복되면 실제 감정과의 간극이 커진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중독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감정의 외주화’는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감정만 선택적으로 드러내는 습관을 만든다. 감정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SNS 속 관계는 점점 피상적으로 변해간다.
◇ 감정노출 시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 3가지
SNS는 감정을 나누고 연결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감정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환경은 오히려 개인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에 끌려다니는 대신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감정을 외부에 즉시 표현하기보다 자신 안에서 정리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하루 한 번은 감정을 SNS에 올리지 않고 조용히 기록해 보는 ‘디지털 감정 단식’은 감정의 밀도와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SNS 알림을 끄고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극적인 감정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줄고 집중력이 회복된다. 더불어 감정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건강하게 소화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상담가와 직접 마주 보며 나누는 대화는 SNS 많은 반응보다 훨씬 안정된 위로를 준다.
끊임없는 감정 자극의 시대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지키고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에 SNS는 중독이 아닌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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