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은 항문 주위에 생기는 미세한 상처를 뜻한다. 흔히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출혈이 동반되는데, 단순한 찰과상처럼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복적인 자극과 염증으로 상처가 깊어지면 만성 치열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때는 자연 치유가 어려워지고 치료가 복잡해질 수 있다.

치열은 대부분 딱딱한 대변이 항문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변비가 심하거나 배변 습관이 불규칙한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하지만 설사처럼 자주 묽은 변을 보는 경우에도 항문에 자극이 반복되면서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과도한 항문 세정, 임신과 출산 등도 치열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초기 치열은 보통 생활 습관 개선과 연고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면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좌욕 역시 항문 주위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통증을 완화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출혈, 심한 통증, 피부 주름(피부꼬리)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만성 치열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 치열은 단순한 상처 이상의 문제다. 반복적인 염증으로 인해 항문 괄약근의 긴장이 지속되고, 이로 인해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 경우 한방에서는 항문 주변의 열과 염증을 줄이고, 혈류를 개선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약침이나 뜸, 부항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체질에 따라 장 기능을 조절하는 한약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열을 조기에 인지하고, 증상이 가볍더라도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다. 치열을 단순히 찢어진 상처로 여기고 참다 보면, 향후 수술적 치료까지 필요한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 초기 치료에만 잘 반응해도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결국 치열은 생활 습관이 만든 상처인 경우가 많다. 잘못된 배변 습관이나 무심한 관리가 작은 상처를 고통스러운 질환으로 키우는 만큼, 평소 꾸준한 건강 관리를 통해 항문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글 :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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