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건강해야 장수한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반려동물 또한 치아 건강은 수명 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 치아가 건강해야 장수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가 건강해야 음식을 잘 먹고, 이로 인해 영양 섭취가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반려견, 반려묘 구강 관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양치질이다. 반려동물이 음식을 섭취하면서 치아에 낀 찌꺼기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치태가 생기고, 치태가 딱딱하게 굳으면서 치석이 되는데, 이 치석은 강아지, 고양이 구강 질환에서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하지만 꾸준히 양치질을 해준다면 칫솔이 이 사이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와 치태를 제거해 주기 때문에 치석 형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칫솔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생긴 치석은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해줘야 한다.

오제덕 서교동물병원 원장
오제덕 서교동물병원 원장
스케일링은 의료용 스케일러를 사용해 치아 표면의 치석을 제거하고, 치아 사이와 잇몸 가까이에 있는 치태까지 청소하는 과정이다. 만약 제때 치석을 제거하지 않으면 입냄새가 나거나 잇몸 출혈, 잇몸 염증 등이 생기기 쉽다. 잇몸 염증이 심해지면 치은염이나 치주염으로 이어져 음식 섭취가 어려워지고, 치아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져 이가 흔들리다가 결국 발치로 이어질 수 있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염증이 주변 뼈를 녹이며 눈 아래 구멍이 생기는 치근단농양이나, 아래턱뼈가 무너지는 하악 골절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폐렴,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 질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의 스케일링은 보통 마취 후 진행된다. 사람처럼 스케일링 중 가만히 있기 어려기 때문에 안전한 처치를 위해 마취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스케일링 당일에는 반려동물의 컨디션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혈액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마취에 들어가며, 이후 스케일링이 이뤄진다. 스케일링이 끝난 뒤에는 폴리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다. 스케일링 후에는 치아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치석이 다시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폴리싱은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광택을 더해, 치석이 달라붙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종종 비용 및 마취에 대한 부담으로 가정에서 스케일러를 사용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스케일링을 시도할 경우, 불법자가진료에 해당하며, 자칫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케일링은 반드시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동물병원에서 진행할 것을 당부한다.

스케일링은 보통 1년 주기로 할 것을 권장하지만, 이 주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하루에 한 번 양치질을 해 주는 것이다. 특히 습식 사료를 먹는 아이들은 양치질이 필수이다. 처음에는 칫솔과 치약이 낯설어 양치질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때 강제로 양치질을 할 경우, 앞으로의 양치질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거부감을 줄이는 훈련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칫솔을 단순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하거나, 치약을 입 근처에 살짝 묻혀보는 식으로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 칫솔질도 처음에는 앞니부터 시작해 윗니와 아랫니, 더 익숙해지면 안쪽 어금니까지 차근차근 확대해 나가면 된다.

건강한 치아는 맛있게 먹고, 밝게 웃고, 활기찬 하루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작은 습관 하나로 반려동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글 : 오제덕 서교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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