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수분·식이섬유 섭취, 올바른 배변 습관이 예방에 도움 돼
초기 증상 시 부끄러워 말고 치료받는 것이 최선

가정의 달인 5월은 야외활동과 여행, 가족 모임이 많아지며 건강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쉬운 시기다. 봄나들이, 캠핑, 운동 등으로 활동량은 증가하지만, 반대로 물 섭취가 줄거나 식이섬유 섭취가 불규칙해질 경우 배변 리듬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여행이나 행사가 많아지면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장시간 참는 경우가 늘고, 이는 변비를 유발해 치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치질은 겨울뿐 아니라, 오히려 생활 리듬이 바뀌고 장시간 앉거나 장거리 이동이 잦아지는 초여름 전환기인 5월에도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승엽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초여름에도 치질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며 “장시간 운전, 무리한 운동, 수분 부족, 식사 불규칙 등이 항문 부위 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연중 꾸준히 높은 편이며, 특히 활동량이 급증하는 봄·초여름에도 적지 않다.

가정의 달 5월, 늘어난 활동량과 불규칙한 생활로 치질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가정의 달 5월, 늘어난 활동량과 불규칙한 생활로 치질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치질은 흔히 항문 질환 전체를 포괄하는 말로,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치핵, 치열, 치루가 있다.

우선 치핵은 항문 내외부 혈관 조직이 부풀어 오르는 상태로, 변비나 배변 시 무리한 힘이 원인이 된다. 내치핵은 출혈이 주 증상이며, 외치핵은 통증과 부종이 심한 경우가 많다. 치열은 단단한 변으로 인해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배변 시 극심한 통증과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고름이 터지며 생긴 통로(누공)로 인해 지속적인 분비물과 불편감을 유발하며, 거의 모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승엽 교수는 “가정의 달에는 장거리 이동이나 잦은 외식으로 식습관이 흐트러지고 수분 섭취도 부족해지기 쉬운데, 이는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는 습관,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운동 부족 등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질은 조기 진단과 치료,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다. 반면 증상을 방치하면 통증과 출혈은 물론, 대장암과 혼동될 수 있는 혈변까지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치질에 의한 출혈과 대장암 초기 증상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자가진단은 위험하며, 정밀한 진료와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승엽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치핵은 증상과 병기(1기~4기)에 따라 보존적 치료에서 수술적 치료까지 폭넓은 접근이 가능하다. 치열은 초기에는 연고나 약물치료로 관리할 수 있지만, 만성화되면 수술이 필요하며, 치루는 대부분 수술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치루 절제술, 절개술, 세톤법 등이 있으며, 이 중 치루 절제술은 효과가 뛰어나 재발률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이 교수는 “5월은 가족 건강을 돌아보는 시기인 만큼, 항문 건강도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며, “평소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좌욕을 통해 항문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워하지 말고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치질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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