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World Hypertension Day)’이다.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sion League, WHL)이 고혈압의 위험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고혈압은 유전, 흡연, 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일 경우 진단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1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세 명 중 한 명꼴로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김경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심부전, 신부전, 실명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고, 합병증의 위험 또한 커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쉬운 질환으로,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예방·관리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쉬운 질환으로,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예방·관리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은 본태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90% 이상은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흡연, 과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비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반면 이차성 고혈압은 신장질환, 내분비계 이상, 혈관 기형 등 뚜렷한 원인이 있는 경우다.

치료는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체중 조절, 식이요법,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를 먼저 권장한다. 하지만 혈압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거나 합병증 위험이 큰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약 복용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기침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고, 필요한 경우 약을 조절해 해결할 수 있다.

김경안 교수는 “고혈압약을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해 정상 혈압이 일정 기간 유지되면 약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무조건 약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혈관 손상과 합병증을 막기 위한 하나의 치료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김경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주 5회 이상, 하루 30~50분 정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운동이 적당하다. 짠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도 필요하다. 국물 음식은 가급적 남기고, 소금이나 장류의 사용을 줄여 나트륨 섭취를 하루 5g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 저지방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도 도움이 된다.

또한 체중 조절은 고혈압 관리에 필수다. 과체중이나 복부비만은 고혈압을 악화시키고,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높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완화 등도 혈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명상, 취미활동, 호흡 조절 등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고, 건강한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며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올바른 생활 습관 실천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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